INTERVIEW : 이재하 님

하패리 목공소를 운영중이신 이재하님과의 인터뷰.

경기도 양주 하패리,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공예가구를 제작하는 목공소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매력적인 가구들로 가득한 이곳, 작가 이재하님을 만나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단단하고 묵직한 목재와 같은 이재하님의 솔직한 생각과 작업 공간을 함께 즐겨 주세요.

8DIVISION (이하 8D) :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8DIVISION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LEE JAEHA (이하 L) : 안녕하세요. ‘하패리 목공소’라는 이름으로 가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쓰임 있는 물건들을 만들고 있는 이재하입니다.

8D : ‘하패리 목공소’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L : 처음 작업실을 차린 곳이 경기도 양주의 ‘하패리’ 였어요. 당시에 멋진 이름을 지으려는 고민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 이름이나 ‘설명글이 얼마나 중요할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작업이 모든 걸 설명한다면 어떤 이름도 상관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하패리’라는 어감도 나쁘지 않았고, 제 작업을 가장 덜 설명하고 덜 꾸며주는 이름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8D : ‘하패리 철공소’, ‘하패리 목공소’ 두 가지 소재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된 이유나 과정이 있나요?

L : 주로 나무를 다루고 있지만, 이전부터 금속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금속은 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어나갈 수 있고 좀 더 제약 없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아직은 많이 서툴지만 앞으로 좀 더 금속 작업을 확장시켜 나고 싶어 ‘하패리 철공소’ 라는 별도의 공간도 만들게 되었어요.

8D : 다양한 소재로 작업을 하시는데, 이재하작가님께서 느끼시기에 각각 소재 (목재 / 금속)가 가진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L : 나무는 기본적으로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소재라고 생각해요. 금속 보다 자르거나 덜어내는 작업이 수월하고 이렇게 깎이고 잘려나가는 과정에서 특유의 쾌감도 있고요. 무엇보다 나무 특유의 따듯한 느낌이 제겐 가장 큰 매력이에요.

반면에 철은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이 가능한 소재인 것 같아요. 자르거나 덜어내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채워 나가거나 메꿔가면서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데 더 적합한 소재예요. 때로는 고온에 물처럼 녹여 틀 안에 굳혀서 형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죠. 나무에 비하면 훨씬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고 또 변형이 적은 것도 소재로서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8D : 작가님의 작업물들에선 블랙컬러들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데, 작가님의 검정 컬러는 다른 검정 컬러들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L : 블랙은 공간이나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색인 것 같아요. 하나의 오브제 안에서도 형태나 질감에 따라 깊이감이 조금씩 다르죠. 그래서 실제로 만들고 싶은 오브제의 형태나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방식의 마감법을 이용하고 있어요. 블랙은 제가 원하는 오브제의 형태와 질감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8D : 작업물마다 고유의 아름다운 선들과 패턴들이 눈에 띄어요. 작가님만의 특색 있는 라인과 패턴들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L : 딱히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대부분 이렇게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머릿속에 완성된 이미지가 떠오르면 실제로 만들어 보면서 다른 부분들을 확인하고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완성하고 있어요.

8D :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L : 올 초 경주 최부자 댁에 들어간 테이블과 의자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현장에서 마주한 500년이 훌쩍 넘은 고택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멋진 작품이었어요. 여기서 가구는, ‘공간 안에서 공간을 받쳐주는 역할이면 충분하겠다.’ 생각했죠. 결국, 기존의 작업 방식과는 다르게 최대한 절제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전체적인 디자인을 완성한 후 디테일을 하나씩 지워 나갔고 더는 뺄 것이 없을 때 그만두는 방식으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었어요.

이재하 작가님이 제작하신 8DIVISION을 위한 오브제

8D : 이번 8DIVISION과의 작업으로 두 가지 선반을 보여주셨는데, 제가 제안한 대략적인 디자인을, 작가님께서 디테일을 가미하여 그것을 실제로 구현을 해주셨어요. 이번 작업물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으실까요?

L : 미팅 후에 큰 고민 없이 그림이 나왔어요. 8DIVISION의 공간과 오브제들을 보고 제 작업과 잘 맞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죠. 이렇게 시작하는 작업은 과정도 즐겁고 결과물도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저에게도 좋은 클라이언트와 함께할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라면 바위처럼 크고 어둡고 묵직한 덩어리감이에요.

8D : 작가님의 작업물에는 확고한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 주로 어떤 생각을 갖고 하시나요?

L : 디자인할 때 가능한 한 직접적으로 형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아름답지 않은가 하는 것들이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죠. 그래서 뭔가를 만들 때 미리 몇 가지 규칙 혹은 제약들을 설정해 두고 이런 요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필연적으로 전체의 형태가 완성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8D : 작업뿐만아니라 다양한 전시에도 욕심이 있으실 것 같아요.

L :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고 5년 동안 전시를 많이 못 한 것 같아요. 몇 번의 전시도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하게 된 경우가 많다 보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시는 아직 없어요. 오히려 최근에 보여주고 싶은 작업이 많아져, 앞으로는 좀 더 활발한 전시를 통해 제 가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8D : 요즘 국내에도 수많은 작가들의 멋진 작업물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대중들의 관심도 많은 것 같은데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L :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에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본질에 대해 느끼고 그 가치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D : 작가님들의 진심이 담긴 본질이 대중들로 하여금 마음속에 와닿아 많은 분들이 즐길 것 같아요. 작가님 본인의 작업에 대한 정의 및 개념은 어떻게 될까요.

L : 작가의 모습을 온전히 품고 있는 작업물들을 보게 될 때가 있어요. 다른 의도나 욕심이 담겨있지 않고 순수하게 그 사람만의 목소리와 언어로 표현된 작품을 마주할 때만큼 멋진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마치 마주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작업물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8D :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미래, 그리고 그 미래를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나요?

L : 저는 지금 제 직업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요. 최대한 오랫동안 지금처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읽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만의 색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8D : 최근 국내에서 눈여겨보는 다른 아티스트가 있나요?

L : 수공구들을 이용해 작은 목물을 만드시는 박경윤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그분의 작업물을 보면 다른 의도나 욕심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분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아요.

8D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L : 막연히 ‘가구와 패션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 멋지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어요. 감사합니다.

Interview. Shingu Heo(@heoshingu)
Photography. Soyeon Kim(@wyw_kiki98)
Layout Design. Hyeona Kim(@keemhye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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