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032c

컬처 매거진에서 이슈의 중심에 선 032c

12 May 2023
Direct. Soyeon Kim (@wyw_kiki98)
Edit & Layout Design. Seorim Lee(@24rim2)
Graphic Design. Sangmin Sim(@aaronsimson)

2000년,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JOERG KOCH가 시작한 컬처 매거진 032c. 2015년부터는 현재 그의 아내인 MARIA KOCH가 합류하면서 패션까지 확장하게 되었는데요, 전시와 파티를 소개하던 작은 팬진(fanzine)에서 기성복 라인까지 갖춘 문화 커뮤니티로 성장한 032c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요?

팬진(fanzine) : 70-90년대 펑크 열풍이 불면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중심으로 발달한 출판물 © wikipedia

1950년대 독일 모더니즘과 연결되고 싶었던 JOERG KOCH는 색상 고유의 코드를 가진 팬톤 컬러 시스템(PANTON COLOR SYSTEM)을 미학적으로 느꼈고, 특히 진보적이고 독창적인 느낌을 주는 팬톤 넘버 ‘032c’는 그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브랜딩이 아니라 삶, 문화 및 디자인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으로, 어떻게 보면 추상적인 숫자 코드지만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산업 디자인이 결합되는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는 체계적인 면에서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열정 넘치는 붉은 색감처럼 그들은 출판과 동시에 국제적인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MARIA KOCH와 JOERG KOCH 부부 ©berliner zeitung

현재까지 032c의 총 책임자인 이 부부는 2010년에 처음 만나게 됩니다. 당시 JOERG KOCH는 매거진으로서 점점 더 뚜렷한 색깔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고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단계였습니다. 한편, MARIA KOCH는 JIL SANDER와 MARIOS SCHWAB과 같은 레이블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고 있었습니다. 032c의 성장을 꾸준히 옆에서 지켜본 MARIA KOCH는 032c 팬들이 직접 굿즈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주도적으로 의류 생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Raf Simons Spring 1998 SS Collection ©vogue Hedi Slimane이 전개한 2001 FW YSL Collection ©grailed

초기에 JOERG KOCH는 당시 예술, 건축, 미디어와 같은 다양한 분야로 연결되는 패션 시스템을 보여주는 RAF SIMONS나 HEDI SLIMANE과 같은 획기적인 디자이너나 사진작가를 알리는 잡지를 구상하였습니다. JOERG KOCH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90년대 베를린의 에너지를 피부로 느끼고 두 눈으로 목격한 인물이었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그가 배운 것은 바로 누구의 허가도 필요 없이 자신 있게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DIY 정신이었기에 032c는 팬진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032c Magazine의 첫 발행호 커버 ©horse-practice

2000년, 고전적인 팬진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032c의 첫 간행물입니다. 기존에 만연하던 잡지에 비하면 해체주의에 가까운데요, 역시나 032c의 컬러가 표지를 장악하고 있고, 당시 기성 잡지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인 비주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볼드한 고딕체의 로고는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MICHAEL KÖHLER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결하면서도 날것의 느낌을 가진 이 로고는 기술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의 브랜드 성격과도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팬덤에서 시작된 DIY 굿즈 제작 사진 ©032c Instagram

JOERG KOCH가 1995년에 베를린 멀티미디어 에이전시에 인턴십을 진행하였을 때, 당시 인쇄물의 모든 이미지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생산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더욱 032c의 웹사이트를 갈망했고, 빠르게 확산된 미디어 시장 속에서 032c는 더 많은 대중의 접근성을 위해 사이트를 제작했습니다. 대중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들의 성장과 동시에 많은 팬들은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커져 잡지 로고를 오려서 핸드폰에 넣고 다니는가 하면, 티셔츠에 로고를 핀으로 꽂아 입고 다니는 등 032c의 굿즈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팬들의 DIY가 곧 어패럴 시작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Pitti Uomo에서 진행된 피렌체 패션 박람회의 초대로 선보인 032c의 데뷔쇼 ©hypebeast

“우리는 사람들이 활력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2017년, 피렌체 패션 박람회 'Pitti Uomo'에 초대받으며, 032c는 첫 기성복 컬렉션 데뷔 무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1950년대 예술가들의 피난처였던 블랙 마운틴 칼리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컬렉션에서 선보인 어패럴은 작업복과 잠옷이었습니다. 사냥 복장, 가죽 잠옷,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쉐비뇽을 재구성한 옷들은 베를린 지역의 032c 팀원, 가족, 친구 및 댄서들이 착용했고, 데뷔 무대에서는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까지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웃, 동료, 가족이 모두 등장했습니다. 마지막엔 Savage Garden의 "Truly Madly Deeply" 가 스크린에 투영되어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연대하고 유대감을 공유하는 인본주의적인 에너지를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좌측부터) 22SS METALLIC GLITCH SELFIE TEE / 23SS 'WHEEL' OVERSIZED T-SHIRT / 23SS LOW BATTERY T-SHIRT ©032c Website

032c의 어패럴에는 점점 재치가 추가되기 시작하여, 사회를 반영하는 동시에 풍자적인 시각까지도 담기게 되었습니다. 2021년, SS 시즌에 선보였던 리버스 스웨트는 전면에 좌우가 반전된 글자가 적용되어 거울에 비추면 비로소 032c 레터링이 오롯이 보이게 됩니다. 이는 사회 현상에 가까운 거울 셀피의 기능을 명확하게 간파한 것인데요, 그뿐만 아니라 부족한 휴대폰 배터리 UI나 로딩 커서 아이콘 등을 그래픽 요소로 활용하는 등 현시대의 고증을 담아내는 유쾌한 시도는 계속되었습니다.

(위에서부터) 2021 032c x KaDeWe Window Display Takeover / 2020 032c x adidas / 2017 032c x STÜSSY / 2018 032c x Birkenstock ©032c Website

한편, 이렇듯 SNS에서 늘 화제의 중심인 032c는 정식으로 컬렉션을 발매하기 전부터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대해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비춰왔습니다.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할 브랜드를 정할 때에도 그들의 기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전문성'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분야에 자부심을 갖고 오랜 시간 연마해온 브랜드라면 032c가 이미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온전히 두 브랜드의 협업이 의미하는 가치만을 남기기에 성별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부분도 032c가 콜라보레이션에 적극적인 이유입니다.

(위에서부터) 22SS 'ANTHEM' / 22–23FW 'GUILTY' / 23SS 'GROSSE FREIHEITS' ©032c Website

최근 032c의 컬렉션은 ‘힘(Strength)’과 그것으로부터의 ‘보호(Protection)’를 주제로 이어집니다. 취약성에서 기지를 발현시켜 힘에 맞서는 방식을 어패럴로 풀어나가고 있는데요, 22SS부터 주제가 두드러지는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2SS 'ANTHEM' ©032c Website

22SS의 제목은 ‘ANTHEM’입니다. 이는 LEONARD COHEN이 10년에 걸쳐 작곡한 곡의 제목이며, 이 곡의 후렴구인 “That’s how the light gets in.”이 곧 그들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결함과 균열을 빛의 원천으로 삼아, ‘취약성’을 에너지를 발견하는 힘으로 맞이합니다. 해당 시즌에는 여린 이음새로 투명한 천들을 잇는 드레스를 선보여 불안정성과 유연성을 표현하고, 수놓은 패치로 032c의 철학 중 하나인 DIY 정신을 전달했습니다.

22–23FW 'GUILTY' ©032c Website

22-23FW 컬렉션에서 선보인 ‘GUILTY’는 머무르는 이 없이 물리적 작업을 반복하는 난잡한 항구 도시와 이곳에 팽배한 쾌락주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했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밝은 노랑 색상을 고무 소재의 외투에 접목시키거나, 은색과 보라색의 메탈릭 비스코스 소재를 상의에 활용하여 쾌락의 밤거리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단단하고 견고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23SS 'GROSSE FREIHEITS' ©032c Website

가장 최근에 공개된 23SS 컬렉션의 ‘Große Freiheit(Big Freedom)’은 통제를 풀어나가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큰 자유’에 관한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으며, 상징성을 가진 슬로건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Große Freiheit’ 레터링의 봄버 재킷은 어제의 작업복을 오늘도 입고, 요일이나 계절처럼 사회적으로 구분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명시적으로 드러냅니다. 다른 제품에서도 통제와 해소의 개념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니트 같은 경우, 투명도의 차이가 있는 원사를 번갈아가며 조직해서 유기적으로 은폐하고 드러내는 비정형적인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담하게 로우 커트된 유니섹스 브라렛과 컷오프 그래픽도 통제로부터 해방되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거대한 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유연하고 의연한 태도를 제시하는 032c. 앞으로도 계속될 그들의 행보를 8DIVISION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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